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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장의 사색

솔방울이 있는집

by 에디* 2010. 8. 6.

솔방울이 있는 집
장마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금요일, 나는 삼척행 고속버스를 타고 말았다,
생소하고 먼 곳으로만 여겨지는 그곳에는 군대 동기인 친구가 약국을 하며 예쁘게 살고 있다
분명 일기예보는 출발을 망설이게 했지만, 친구가 보낸 다음과 같은 쪽지에 얼른 결심을 했다
"비가와도 좋고 안오면 더좋고, 혼자와도 좋고 두셋이 어울려 오면 더좋고,이번주에 와도 좋고 여건이 안맞으면 담에 와도 좋네,구속을 받지말고 훌쩍 떠나는 여행이 되길 바라네-----
낼 오후에 떠나게 되면 전화 주시고 강남터미날에서 3시경에 출발하는것이 좋을성 싶네"서울 경기는 많은 비가 내렸지만,태백산맥 넘어 영동지방은 다행스럽게도 아주 약간만 내렸다<2010.7.17. 삼척>

친구네 집 거실에서 기념촬영 (자동 타이머 이용)

 아직도 예쁜 꿈을 꾸며 사는 부부 약사가 여기에 있다.
아내와 함께 솔방울을 모아와서 색색으로 칠을 하여 창가에 놓았다, 밤새 잠 못 이루며 뒤척이다가 빗방울이 창가를 때리는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주섬주섬 카메라를 꺼내어 이 예쁜 창문을 사진으로 남기어 본다

한여름이지만, 성탄절 캐롤이라도 들려 올 것 같다

예쁜 저 창가에 누군가 그리운 사람이 찾아와서 창문을 두드릴 것 같기도 하고....

여기서 그 분이 궁굼해지지 않을 수 없다, 내 친구와 결혼해 주고, 함께 길을 가는 그 분은 분명....
이 예쁜 솔방울같이  아름답고 마음이 고운 분이겠다,

물론 나는 금요일 밤 그분을 보았다...술 취한 남편대신 운전해 주려고 온  친구의 부인은 젊어 보였다.
친구는  평생토록 감사하며 살아야 할 거다.

비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니...2층임에도 나무들이 안이 궁굼한 듯 들여다 보고 있다.
이보게 친구... 주의 하게나~ 언제나 늘...나무들이 다 들여다 보고 있다네...

하~~ 참! 요렇게 예쁘게 꾸며 놓다니....환갑이 지났어도 마음은 소년소녀 인가베...
바구니에 소복한 솔방울들이 너무나 귀엽다.분명 사랑이 가득한 집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하루밤 신세 진 2층의 거실 소파도 예사롭지가 않다...
 용맹스럽던 범은 이제 죽어서 친구네 거실에 가죽을 남겼군...

2층 거실에 걸려 있는 그림 한점이 눈에 들어 온다,
혹시 친구의 부인 얼굴이 아닌가 하고 물어 보았더니...장인께서 받으신 그림이라고 한다...

기둥에 걸린 벽시계 하나만 보아도 이집 주인들의 안목과 삶에 대한 자세가 엿 보인다
아주 작은 것 하나도 다 예쁘고 귀엽다,  표구된 저 글씨는 유명한 오세창 선생의 글씨이다

1층 거실에서 쉬다가 2층 거실을 바라보니...간결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다.
이거 참... 이러다가 친구가 화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집안을 다 보여준다고...

거실에 세로로 길 게 낸 창문도 예쁘고 까만 코끼리 장식품들이 잘 어울린다

2층 발코니에 나가서 멀리 두타산을 바라 본다.새벽 안개가 걷히고 있는 모습이 그림 같다.
문만 열면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 집이 어디 그리 흔하랴~!

1층 거실 큰 유리창 밖은 오래 된 참나무 한 그루의 푸르름이 참 좋다.
우리는 그날 밤 집에 돌아와 저 참나무 밑 파라솔 아래에서 맥주와 차를 마셨다

창틀을 빼고 크게 찍어 보았다,저 나무 아래는 수십미터 낭떨어지라고 한다.
물론 안전 펜스가 설치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오십천 맑은 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이 위치에서 바라보고 다시금 좋은 집을 구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오십천 맑은 물이 흐르는 언덕위에 친구네 집 지붕이 조금 보인다

강물쪽에서는 사람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여러 가지 야생 동물들도 서식한다고 한다
새벽에 창문을 열니...매미소리에 예쁜 새소리와 맹꽁이 소리까지...신선하게 들리더라.
집주인의 말로는 올빼미와 소쩍새까지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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