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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장의 사색

보리밭

by 에디* 2010. 12. 2.

겨울 보리

                               손상근

밤마다 취해

퍼석퍼석 무너지는

까마득한 골목

돌아다닌다

뿌리 채 뽑혀

휘청거린다

추운 딸국질 한다

 

새벽 담배 피워 물면

칼날같은 서릿발 하나 더

솟아 있다

추운 뿌리 하나

지상에 떨고 있다

이 악물고

뿌리 내려야 한다

아슬아슬한 틈바구니로

칼날 건드린 상처 싸매고

언땅 달래며

뿌리 내려야 한다

 

 

올림픽 공원의 보리가 지난번에 보았을 때보다 한결 푸르고 많이 자랐다.

토성 넘어 노을이 곱게 물드는 저녁시간, 오늘따라 공원의 보리밭에는 아무도 없고 텅 비어 외롭다

겨울 보리를 노래하는 시인은, 어쩌면 ...

서릿발 서린 세상을 춥고 고단하게 살아가는

이땅의 보통 사람들,아니 자신을 노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언 땅에 뿌리 내리기를 굳게 다짐하고 있다  <201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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