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앞에서
손상근 시집 "풀꽃 향기"에서
그대는 푸른 산으로
바로 앞에
너울거리고 있습니다
작은 골마다
물 여울 소리
풀꽃 향기
감추고 있습니다
가녀린 어깨
긴 머리
푸르게 출렁입니다
내 마음
따라서
출렁입니다
이대로
가만히 서있고 싶습니다
하얗게 무리지어 핀 냉이꽃을 가만히 들여다 보신 적 있는지요?
아예 꽃으로 보아주지도 않는 사람들도 있을테구요
냉이국은 맛있게 먹을지라도 그 냉이가 꽃을 피운다는 걸 알지 못하지요
이른 봄부터 냉이를 그렇게 캐어 냈는데도 굳세게 살아 남아 꽃을 피웠다구요?
그렇지요, 그래서 이렇게 많이 꽃 피우고 자손을 온누리에 퍼트려야만 겨우 살아 남지요
올림픽 공원 보리밭 둑에 무성하게 핀 냉이꽃들도 제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네요
들에 피었다 스러지는 풀꽃이라도,
유전자를 후손에게 전하기 위해 태어나고 죽는 것이야 우주의 섭리와 뭐 다르겠어요
아주 아름답다고야 할 수는 없겠지만,
낮은 자세로 눈 높이를 꽃과 맞추어 가만히 바라보면,그래도 보이는 게 조금은 있습니다
어머니, 누이,...그리운 사람들...볼 수 없는 사람들도 보이고,
잊었던 고향의 보리밭, 노랑 장다리밭,배추 흰나비,...이런 게 보이기도...
<사진 : 2011.4.28.올림픽 공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