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발 10시 40분, 밤 기차를 타고 지리산을 향해 출발한다, 밤차를 타고 먼 길을 떠나 본지가 언제였던가...?
구례구역에 내리니 새벽 3시 10분...요즘 무궁화 열차도 매우 빠르다는 생각...
그보다도 새벽 3시에 마을버스가 있다는 게 너무나 신기하지 않은가? 아마도 기차타고 오는 산객들의 편의를 위해 구례읍에서 배려 해 주고 있는 것이리라 <2011.11.18~19>
구례구 역에 내리니 초겨울 비가 세차게 내린다, 오~하느님, 비를 거두어 주소서...
비옷을 입고 후래시 불을 비치며 어두운 산길을 올랐으나 노고단의 눈부신 일출도 운해도 맞아주지 않는다, 그러나 저 막막하고 뿌연 안개 세상도 찬란한 일출만큼 나는 좋다
노고단에 거의 올라왔을 무렵 비는 그치고...요즘 일기예보가 잘 맞는다
비옷을 벗으니 살 것 같다, 산에서 추울까봐 방한복을 입고 비옷을 입었으니,찜질방처럼 땀에 젖었다
먼저 오른 동료들이 노고단에서 그림자처럼 안개 속에 어른어른 보인다
겨울비 오는날 새벽,노고단에 왔다 갔다는 흔적일랑 하나 남겨 둬야지...
그대들은 먼 길을 와서 뭐할라고 이 높은 산정에 올라왔는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산하를 내려다 보며 두런두런...
아무 이유도 없다고...? 그래 그냥 지리산이 있기에 왔을 뿐이라고...
아닐세, 난 실은... 다시 지리산에 올 기회가 없을것만 같아서 길을 나섰다네
그런데 12월 15일까지 산불 예방을 위해 노고단에서 천왕봉 가는 길은 폐쇄가 되었네, 어차피 거기까지 가기에는 무리하기도 하지만 날씨가 아무것도 안 보이니...하산길로 접어 든다
어떤 이는 쨍하고 선명한 사진을 좋아하지만... 나는 왜 이렇게 흐리멍텅한 사진이 더 좋은지 몰라
우리들은 37년 된 친구들...역전의 용사들이라면 좀 그렇고...ㅎㅎ 요즈음 군대 안 갈라고 별 수를 다 쓰고 그러지만, 우리는 시험까지 치르고 자원 입대 했었네...어느새 백발이 더 많은 노병이 되었군
지리산은 역시 큰 산... 하산길이 이렇게 길고 길 줄은 미쳐 몰랐네, 빨치산들이나 다녔을 법한 길이군
낙엽이 두텁게 덮어서...길을 잃고 헤메기도 하고...
마지막 깔딱고개라더니...올랐다가 내려가고 또 오르고 또 내려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