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리나무 그 잎새 박남준
들어보아
나 그때 그 늙은 상수리나무의 노래를 들었지
바람이 불 때마다 마른 잎새 흔들어
누구인가 끊임없이 부르고 있다는 걸
그 노래는 마치 언제인가 그의 곁을 떠나가던
소년의 발자국 소리 언 눈길을 밟고 오던
수우수우 사각사각
아름다운 것은 때로 슬픔이 되어서
그 많던 잎새들 어느덧 보이지 않네
늙은 상수리나무는 그에게 남은 마지막 일이라는 듯
지나간 유년의 산너머로 굽은 가지를 들어
마른 잎새 이제 한 잎 옛길의 적막속에 풀어 보낸다
그때 몸 안에서 일어나는 아지랑이 아지랑이
전율처럼 수만 송이 피어나는 햇살의 새순들
순간 숲의 저편이었던 세상이 초록에 감겨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