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詩 한 편367 풀의 손 풀의 손 이대의 풀에도 손이 있는 것을 몰랐다하잘 것 없이 그냥 스쳐 지났던 길가의 풀그 풀의 손을 잡을 줄 몰랐다눈 내리고, 얼어붙은 비탈길그곳에서 풀의 손을 보았다그곳에서 풀이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을 보았다가까이 있기에 무심했고흔한 것이기에 만만했던 풀힘든 일이 닥치고서야 알았다가까이 있는 것의 소중함을결국 비틀거릴 때 나를 잡아준 것은저편 높은 언덕의 큰 소나무가 아니고가까이 있는 작은 풀이었다 2024. 12. 15. 소주병 소주병 공광규술병은 잔에다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속을 비워 간다.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길거리나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문 밖에서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나가보니마루끝에 쪼그려 앉은빈 소주병이었다. 2024. 12. 13. 당신에게 말걸기 2021. 8. 17. 내 사랑은 빨간 장미꽃 2021. 6. 1. 또 기다리는 편지 또 기다리는 편지 정호승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사진 : 장화리 일몰(2016.8.24.) 2021. 5. 7. 북한강에서 북한강에서 정호승 너를 보내고 나니 눈물이 난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날이 올 것만 같다 만나야 할 때에 서로 헤어지고 사랑해야 할 때에 서로 죽여버린 너를 보내고 나니 꽃이 진다 사는 날까지 살아보겠다고 기다리는 날까지 기다려보겠다고 돌아갈 수 없는 저녁 강가에 서서 너를 보내고 나니 해가 진다 두 번 다시 만날 날이 없을 것 같은 강 건너 붉은 새가 말없이 사라진다 2021. 5. 3. 분홍지우개 분홍지우개 안도현 분홍지우개로 그대에게 쓴 편지를 지웁니다 설레이다 써버린 사랑한다는 말을 조금씩 조금씩 지워 나갑니다 그대 그리운 마음을 그래도 지운 자리에 다시 다시 살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생각 분홍지우개로 지울 수 없는 그리운 그 생각의 끝을 없애려고 혼자 눈을 감아봅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지워질 것 같습니다 2021. 4. 23.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정호승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그대 잠들지 말아라 마음이 착하다는 것은 모든 것을 지닌 것보다 행복하고 행복은 언제나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곳에 있나니 차마 이 빈 손으로 그리운 이여 풀의 꽃으로 태어나 피의 꽃잎으로 잠드는 이여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그대 잠들지 말아라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2021. 4. 23. 물처럼 흘러라 2021. 3. 8. 이전 1 2 3 4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