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김용택
나는 꽃이에요
잎은 나비에게 주고
꿀은 솔방벌에게 주고
향기는 바람에게 보냈어요
그래도 난 잃은 건 하나도 없어요
더 많은 열매로 태어날 거에요
가을이 오면
어느새 아무도 모르게 가을이 성큼 곁에 와 있네요
오랫만에 최승철 장로님을 올림픽 공원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공원을 돌아보았습니다
해마다 사진을 찍던 꽃사과 나무 아래로 갔습니다
긴긴 장마에 모진 비바람의 지난 여름을 견디어 내고
향기로운 과일이 주렁주렁 익어가고 있습니다
꽃잎, 꿀, 향기까지
모든 것을 다 주어 버린 꽃은 가을이 되어
이제 예쁘게 익은 과실까지 들새들에게 먹이로 내 던져 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