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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투구꽃

by 에디* 2011. 9. 25.

투구꽃을 보려고 3년동안 해마다 같은 날에 원도봉산 망월사 부근으로 오르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재작년에는 우연히 검단산에서 만났고, 작년에는 가까운 남한산성 남문 부근의 등산로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는 뜻하지 않게  산성의 북문밖에서 3포기나 보게 되었으니 투구꽃 복이 터졌다고나 해야겠다, 9월에 자주색 꽃을 피우는 이 꽃은 꽃받침이 변해서 꽃잎처럼 보이며, 맨 뒤의 꽃잎이 고깔처럼 전체를 위에서 덮어서  투구를 쓴 것 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얻게 되었다, 수술은 아주 많고, 암술이 3~4개가 있다 <2011.9.18.>

 

미나리 아재비과 투구꽃속(Aconitum)에 속하는 종이 전세계에 약 100종이나 되고,미나리아재비과 식물이 대부분 독성이 있듯이 투구꽃도 뿌리에 맹독성을 가지고 있다.<조선 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여기에 나오는 독침에 바른 독이 투구꽃의 독이었고, 조선시대 사약의 원료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그러나 독도 잘 이용하면 좋은 약이 되나보다, 漢字로는 투구꽃을 烏頭라고 하는데 오두의 뿌리를 가공한 것이 川烏 혹은 草烏라고 해서 약재로 쓰인다

 

맹독성 이야기만 했으니 귀엽고 진기한 모양의 꽃의 매력이 반감되는 듯하여 그리스 신화를 하나 소개한다

제우스와 유부녀 알크메네 사이에서 난 이복아들 헤라클레스를 시기한 헤라가 사사건건 시비를 걸자, 제우스는 헤라에게 제안을 하게 된다, 헤라클레스에게 12가지 어려운 과제를 주고 그 과제를 무사히 완수하면 헤라클레스를 신으로 만들어 주자고...

그에게 맡겨진 마지막 과업이 스틱스 강가에서 지옥의 문을 지키는 괴물 케르베로스라는 개를 잡아오라는 것이었는데,헤라클레스가 천신만고끝에 케르베로스를 지옥에서 이승의 지상세계로 끌고 올라오자, 반항하던 케르베로스의 입에서 침이 흘러나왔고, 침이 떨어진 풀밭에 케르베로스의 원한이 담긴 맹독성의 투구꽃이 피어났다는 이야기가 전한다고 한다.

 

마치 투구를 쓴 병사처럼 생긴 신비한 보라색 꽃을 가을 숲에서 피우는 이 꽃은  덩굴도 아니면서 똑바로 서지도 못하는 형태로 자란다,

이 사진을 찍은지 꼭 1주일 되었으니, 지금쯤은 꽃몽오리가 모두 피었을 것 같다,이제 투구꽃이 보고 싶으면 찾아갈 데가 5군데로 늘어났다,

 

아주 복잡한 숲에 어울어져 있어서 예쁘게 사진 찍어 주기는 어렵다,

전사의 투구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산새 둥우리에서 막 깨어난  어린새들의 머리 같기도 하고...

실핏줄까지 투명하게 보이지 않는가?

 

남 모르게 맹독을 품고 산성을 지키고 있는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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