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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장의 사색

강마을의 오후

by 에디* 2013. 1. 27.

 

 

먼 길에서 띄운 배                                        박남준

 

부는 바람처럼 길을 떠났습니다

갈 곳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가 닿을 수 없는 사랑 때문도 더욱 아닙니다

그 길의 길목에서 이런저런

만남의 인연들 맺었습니다

 

산 넘고 들을 지났습니다

보이지 않는 길 끝에서 발길 돌리며

눈시울 붉히던 낮밤이 있었습니다

그 길가에 하얀 눈 나리고

궂은비 뿌렸습니다

산다는 것이 때로 갈 곳 없이 떠도는

막막한 일이 되었습니다

 

강가에 이르렀습니다

오래토록 그 강가에서 머물렀습니다

이 강도 바다로 이어지겠지요

강물로 흐를 수 없는지

그 강엔 자욱이 물안개 일었습니다

 

이제 닻을 풀겠어요

어디 둘 길 없는 마음으로

빈 배 하나 띄웠어요

숨이 다하는 날까지 가슴의 큰 병

떠날 리야 있겠어요

제 마음 실어 띄울 수 없었어요

민들레 꽃씨처럼 풀풀이 흩어져

띄워 보낼 마음 하나 남아 있지 않았어요

 

흘러가겠지요

이미 저는 잊혀진 게지요

아  저의 발길은 내일도

배를 띄운 강가로 이어질 것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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