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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한 편

산숲을 내려가며

by 에디* 2013. 7. 16.

 

산숲을 내려가며                                        박남준

 

아득하던 사랑 더는 막막한 길 없을 때

산에 들었습니다

언제인가 간 적이 있고

문득 마음은 먼 산그림자 저물도록 바라보던

그곳에 갔습니다

 

몇번의 겨울숲에 눈 나리고 지다 남은 나무의 숲에 그리움을 걸듯 봄날이라는 이름의 그대 기다리는 동안 눈가에 잔주름도 하나 둘 매달려갔습니다 산 밖에서는 그리움이 되고 귀향의 안식이 되던 것들이 주린 배의 양식이 되고 살아남기 위한,땀 흘려야 할 일터가 되고 한숨이 되고,무섭도록 외로운 짐승의 밤이 되어 옥죄이기도 했습니다

 

나무고 풀이고 새이고 물이고,내 손길 닿지 않은 것 없습니다 나무며 풀이며 새이며 물이며,그들로 인해 마음 상하던 날들 많았습니다 한때는 그만 그림자 걷어 끌며 멀리 떠나갈까 한때는 아예 산길을 내려 세상으로 난 긴 기다림의 길,거두고 싶은 마음 일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오랫동안 산숲에 머물렀습니다 그립고 그리운 것들,산중의 삶도 세상사와 다름아니었습니다 관조의 눈을 더 들어 깊어지면 거기,피어나는 꽃 한 송이 고요를 가르며 비상하는 산새 한 마리의 눈물나는 삶이 있었습니다 이 작은 모두의 삶들이 모여 이루어진 산의 일상---떠나온 삶은 없구나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

이제 비로소 열리는 산과 산맥

세상을 내려두고는 무엇도 나를

긴 늪의 잠에서 눈뜨게 하지 못하는 것임

오랜 날이 흘러야 했습니다

이제 사랑을 알 것도 같습니다

참으로 오랫만에 목을 놓아

울었습니다

 

 

 

 

 

 

<사진 꿀풀 2013.7.6. 만항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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