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울 수 없는 얼굴 고정희
냉정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얼음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불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무심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징그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부드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그윽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따뜻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네 영혼의 요람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샘솟는 기쁨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아니야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당신이라 썼다가
이 세상 지울 수 없는 얼굴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영흥도 푸른 바다
반짝이는 물비늘
이 바닷가에 앉아 우두커니 노을을 바라 보았던 적 있지
빠져 나갔던 바닷물도 황혼도 밀려들어 오는데
아무 것도 아니야
한 줄기 바람이노라
지나간 세월의 시름들을 바다에 두고 가려고 했지 < 2014.10.5. 영흥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