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이틀간 남한산성을 반씩 나누어서 외성까지 천천히 돌아 보았습니다,
메르스가 산행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주말인데도 보통 때보다 산이 조용합니다
성벽에 만발한 기린초와 큰뱀무 그리고 청닭의난초가 잘 자라고 있는지 보려고 갔는데, 가믐에 지친 식물들이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빨리 비가 내려야 할텐데...
산성을 축성할 때 전국의 승병들을 동원했다는 것은 다 아실 테고, 그래서 남한산성에는 승병들의 숙식을 위해 10개의 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4개만 남아 있고 나머지는 잡초 무성한 절터로 남아 있지요
어둑한 숲속의 빈 절터 한 곳을 지나다가 멀리서 하얗게 빛나는 꽃을 보았습니다,
뱀 나올 것 같은 수풀을 스틱으로 헤치며 들어가 보니...우아한 꽃 한 송이가 반겨줍니다
키가 무척 크고(40~50cm) 2장의 넓은 잎은 상처 투성이인데, 꽃대만은 곧게 뻗어 올려 새하얀 꽃이 눈부시게 피었네요,
한 송이도 시들지 않은 완전한 흰 꽃 방망이는 쉽게 보기 어려운 넓은잎제비난초입니다
어두운 숲속이지만, 빈터에는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 꽃이 눈부시게 하얗고 아름답습니다
사진 여러장을 찍고 돌아 나오며 혹시 사라지지 않았는지? 뒤 돌아 보았습니다
350년 전 절터에 관음보살님이 난초로 현시하여 잠시 보여 주신 게 아닌가 해서요 ㅎㅎ
페허의 절터에 서서 아름답고 귀한 꽃을 보니 저절로 불심이 생기나 봅니다
귀한 제비난초가 알려지면 사라질까봐...제목으로도 못쓰고...사진을 올리면서도 걱정됩니다 <201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