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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과 식물

오늘은 슬픈 날

by 에디* 2016. 6. 3.

오늘은 슬픈 날, 제가 아는 산성의 마지막 넓은잎제비난초가 사라진 날이기 때문입니다

왼 쪽 사진은 2016.5.22. 힘차게 꽃대를 밀어 올리고 있는 모습이고 오른 쪽은 2016.5.31.무참하게 낫으로 베어져 쓰러진 모습입니다

2016.5.28.꽃이 얼마나 피었을 까? 궁굼해서 가 보았지요

막 나무 숲을 헤치고 넓은잎 제비난초의 보금자리로 가려는 데, 등산복 차림의 사람이 어른 거리는 걸 보았습니다

괜히 난초의 존재를 알리면 안 될 듯해서 멀치감치서 한참을  바라보며 서성거렸지요

그래도 가지를 않아 저는 그냥 다른 꽃을 보러 갔다가 오후에 다시 그곳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그 때까지 있었고 낫으로 풀을 베어내는 듯 보였는데...여러가지 생각이 순간 스쳐지나갔습니다

귀한 난초가 있으니 상하지 않게 해 달라고 부탁해 볼까?

아니야, 괜히 말하면 오히려 더 없애 버릴지도 몰라...

왜냐하면 그 사람은 그 부근 평지의 풀을 베어내고 작은 밭을 만드는 작업 중이었으니까요

 

원래는 페허가 된 절터였으니 밭으로 만들기 좋은 곳이었고, 하필이면 밭이 된 절터의 가장자리에 넓은잎 제비난초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잠시 서성거리다가 말도 못하고 돌아왔지요  자기가 고추 같은 채소를 심어 놓은 곳에 난초가 있어서 사람이 드나 든다면 분명 난초를 없애 버릴 것 같아서지요

 

 

너무도 궁굼해서 2016.5.31. 다시 그 곳을 찾아갔습니다

멀리서 보아도 키가 큰 넓은잎 제비난초가 보여야 하는데 보이지 않았지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주변을 찾아보니 밑둥이 잘려 버린채 누워 있었습니다, 막 피려는 꽃몽오리를 매단 채 아직 시들지도 못한 모습이었지요

쓰러져 누운 난초를 풀섶에 세워 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제가 사랑했던 산성의 넓은잎제비난초의 마지막 영정사진입니다

아무래도 저렇게 밑둥을 무참하게 잘라버렸으니 내년에 다시 싹이 나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잎의 중간이나 꽃대만 잘렸어도 내년에 다시 살아 나올 텐데 말이지요 

 

2015년 6월 6일 저렇게 우아한 모습으로 꽃을 피워 올렸던 난초를 이제 더이상 산성에서 못 볼 것만 같아서...

오늘은 무척 슬픈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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