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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무

봉원사 백목련

by 에디* 2022. 4. 29.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다.

목련은 자의식에 가득 차 있다.그 꽃은 존재의 중량감을 과시하면서 한사코 하늘을 향해 봉오리를 치켜올린다.

꽃이 질 때,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 누렇게 말라 비틀어진 꽃잎은 누더기가 되어 나무가지에서 너덜거리다가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진다.

목련꽃은 냉큼 죽지않고 한꺼번에 통째로 툭 떨어지지도 않는다.나뭇가지에 매달린 채,꽃잎 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낸다.목련꽃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천천히 진행되는 말기암 환자처럼,그 꽃은 죽음이 요구하는 모든 고통을 다 바치고 나서야 비로소 떨어진다.

펄썩,소리를 내면서 무겁게 떨어진다.그 무거운 소리로 목련은 살아있는 동안의 중량감을 마감한다.

봄의 꽃들은 바람이 데려가거나 흙이 데려간다.가벼운 꽃들은 가볍게 죽고 무거운 꽃은 무겁게 죽는데,목련이 지고나면 봄은 다 간 것이다.(김훈 에세이 자전거여행에서) <2022.4.7. 봉원사 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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