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에서 북한산 도선사를 지나 하루재까지 오르면 잠시 쉬게 됩니다.
보통 하루재에서 위문까지 계곡으로 난 등산로를 이용하게 되는데,우리는 능선길을 고집합니다, 위험표시판이 있지만, 개의치 않고 오릅니다 그 길을 고집하는 이유는 인수봉과 백운대를 가장 좋은 위치에서 바라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인수봉을 코 앞에서 바라 볼 수 있는 이 능선에 큰 바위가 하나 있는데, 거기에는 허리를 구부리고 서울을 내려다 보고 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아직 노년기 바위라 할 수 없는 튼튼하고 어마어마한 바위틈에 어느날 솔씨 하나가 내려 앉았겠지요...
오랜 기다림 끝에 단비가 내리고, 솔씨는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렸겠습니다.
싹을 틔웠다 해도 그 가혹한 조건에서 살아남는 다는 것은 쉽지 않겠지요...
아마도 무수한 실패끝에 가까스로 성공한 한 그루 소나무가 아닐른지요? 애초에 흙도 없었을 바위틈에,흙먼지와 나무잎이 쌓였을 터이고,나무 뿌리는 바위틈을 서서히 부서뜨려 흙으로 변화시켜 나갔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수분과 양분을 섭취하려고 아주 멀리까지 뿌리를 뻗어나가는 처절한 생존의 투쟁을 벌렸을 것입니다
바위틈에서 이정도 자라려면 얼마의 세월이 필요했을까요?
아마 보통의 수령 측정법으로는 알 수 없을지도 모르죠. 50년,어쩌면 백년이 넘었을른지도 모릅니다. 나는 이런 소나무를 좋아합니다
곧고 바르게 잘 자란 미끈한 소나무도 물론 사랑하지만,가혹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무에게서 삶의 교훈도 얻습니다
그래요, 소나무는 승리자입니다.
이만하면 이제는 웬만한 고난에도 쓰러지지 않을만큼 자랐지요?
삼각산의 정기가 모여있는 백운대와 인수봉의 기를 받은 소나무라 할 만 합니다. <2010.4.15.북한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