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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한 편

행복 / 유치환

by 에디* 2010. 8. 6.

 

행복                    유치환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방울 연련한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올림픽 공원에 가서 양귀비꽃을 여러차례 담았습니다만, 이것이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사진이겠습니다.
씨방이 봉긋하게 맺힌 모습이 벌써 꽃밭에 가득하기 때문이지요.
샛빨강 양귀비 꽃을 보며 유치환님의 "행복"이란 시를 떠 올려 보았습니다 

 

 

진정한 행복의 가치는 사랑을 받는 것보다 주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정감 넘치는 언어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우체국에 와서 편지를 부치는 사람들도 사랑을 받기보다는 사랑을 주는 편에 서 있다는 것이지요
저도 사랑하는 이에게 밤새 편지를 써 보내고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었으나 지금 생각하면 달콤하고 행복한 청춘이었지요

 

 

그리운 사람에게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써 보내는 정과 연분도 다 사랑의 꽃밭에서  

"한방울 연련한 양귀비 꽃"으로 피어난다고 시인은 노래합니다
삶이 고단한 사람일수록 사랑이 필요하고, 애틋한 사랑이야말로 서로 헝크러진 꽃들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반복 되는 이 귀절이 젊은 날에는 참 가슴을 적시던 시였습니다

 

 

요즘은 편지를 쓰는 사람들이 거의 없지요, 휴대폰이나 이메일을 이용하니... 우체국에서 받아보는 것은 거의 다

광고 우편물 뿐입니다. 이 시에 나오는 감상적인 우체국은 먼 추억에서나 있는 모양입니다

 

 

 

 

<사진 2010.6.11.올림픽 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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