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산소에 가다가, 아무렇게나 밭뚝에 뒹구는 늙은 호박들은 본다.
무심하고 허무한 세월을 탄식하며, "호박같이 둥글둥글 살자~!"고 하더니...정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다
그러나 참 운도 좋은 호박들이 아닌가?
대부분 애호박 일 때, 씨가 생기기도 전에 사람들은 따 내어 전 부치고, 볶음 하고, 채썰어 호박 나물도 하고,
그래도 남는 애호박들은 잘게 잘게 썰어 말려 호박꽂이를 만드는데...
이 녀석들은 늙어서 천수를 다한 후, 무서리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으니 얼마난 운이 좋은지...?
ㅎㅎ...흐흐...그놈 참 조금 못 생겼고나, 그래서 못생긴 여자를 호박 같은 여자라고 하나?
우리 어렸을 적에 못생긴 여자의 별명을 "박호순"이라고 거꾸로 불렀었다, 아~ 그 박호순양이 그립군
색갈도 곱고 참 보기도 좋게 늙었구나... 겨울에 호박떡을 해 먹기에 좋겠다
나이 든 사람들만 기억 할텐데...참 먹기 싫었던 음식이 "호박 풀떼"였었다,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니고
하여간에 멀건 호박범벅이라는 음식을 625 전쟁 직후에 살던 사람들은 기억하리라
덩굴도 뻗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다닥다닥 열리는 길죽하고 늘씬한 요즘 호박보다, 작고 둥근 조선호박이 나는 좋다,
그래 그런지 여자도 재래종 한국여성이 더 예뻐 보인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