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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한 편

오동나무

by 에디* 2011. 1. 28.

 

오동나무 꽃    -손광은-

 

아내가 딸을 낳아도 나는 오동나무를 심지 못했다
멋진 약속을 깨고 마음속에 심었다
마음 속 오동나무는 사철 꽃이 피었다
기다림이 밀려와서 그리움이 밀려와서
暗紫色 안개일 듯 적막한 몸을 감고 꽃이 피었다.

 

화사한 봄날 매화꽃이 지듯 
아내는 차분한 겸손만큼 다소곳 소박한 몸짓을 하고 
울렁이듯 어둡게 슬픈 꽃이 되었다
나는 해질녘 인정이 그리워 어둠을 머금고 울먹이고 
서러움 저만치 보내면, 아내는 산등성이 서성이고 
마디마디 매인 서러운 영혼은 하늘을 헤매고 있겠지
나는 가무스름한 밤 연기처럼 따라가 안겨 가는구나 
소릿기 없이 시름없이 암보라색 꽃빛깔로 갈라진 가슴 
그리움에 젖는구나 

 

<2011.1.25. 올림픽 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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