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먹은 나뭇잎
이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이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요즘 지하철역에서 예쁜 시들이 액자에 넣어져서 걸려 있는 것을 자주 만난다,
"벌레먹은 나뭇잎"이란 이 시도 지하철 오금역에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