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꽃 권애숙
어느 왕정시대
직간하는 선비의 못다 쓴 상소문을 위해
지금 여기 필봉을 휘두르고 있구나
반만년 호곡으로 갈아낸
먹보라 핏물 꾹꾹 찍어
창공을 적시는 분노
때도 없이 부는 황사바람
그대 붓끝을 분질러도
새는 날이면 또 다시 핏물을 쏟는
기개여
부끄럽구나
그대 앞에 서면
한 자루 붓도 가지지 못한 건달
돌아보면 하늘은
빈 두루마리 펼치고 있다
요즈음 어딜 가나 붓꽃이 많이 눈에 띕니다
직간하는 선비가 상소문을 쓰던 붓처럼 생겨서 붓꽃이 되었다는데, 요즘은 직간하는 선비가 있기나 한지...? 그래도 해마다 이 때쯤이면,
선비의 기개를 상기시키기라도 하려는지 아름답게 꽃 피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