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부도 이재무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말인가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그 거리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손 뻗으면 닿을 듯, 닿지는 않고
눈에 삼삼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이 말인가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
가득 채운 바다의 깊이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그리움 만조로 가득 출렁거리는,
간조 뒤에 오는 상봉의 길 개화처럼 열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말인가 이별 말인가
하루에 두 번이면 되지 않겠나
아주 섭섭하지는 않게 아주 물리지는 않게
자주 서럽고 자주 기쁜 것
그것은 사랑하는 이의 자랑스러운 변덕이라네
경기도 화성시 해안에는 대부도와 마주 보는 섬 제부도가 있다,
모세의 기적 처럼 하루에 2번씩 바닷길이 열려서 자동차로 제부도로 들어 갈 수가 있다, 물론 밀물이 되어 도로가 바닷속으로 사라지면 5시간 쯤 섬에서 기다려야 다시 썰물이 되어 나올 수가 있다
이재무 시인의 시는 대부분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시인은 이렇게 전한다
서른 중반 한 여학생과 열애에 빠진 적이 있는데,그녀를 끔찍하게 좋아했지만 도덕과 인습 때문에 사랑의 감정을 현실화 하지는 못했다,학생과 선생으로 만난데다 나이 차가 많았던 때문이다,고통스러웠지만 그는 결국 그녀를 떠나 보낸다, 그 후 1년이 지난 봄날 제부도에 가게 되었다. 봄이었지만 썰렁한 마음의 방에 여태도 추운 추억이 누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다의 겹주름처럼 회한이 밀려오고 뒤늦은 마음이 당도했다.다시 사랑이 찾아 온다면 제부도와 대부도의 그 간격으로 사랑하리라는, 그러니까 이 시는 찾아온 사랑때문에 지어진 것이 아니라 떠나버린 사랑의 회한 때문에 지어진 것이다,
그는 조심스럽게 고백한다,살아생전 언젠가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제부도가 보이는 음식점에 들러 칼국수 한 그릇 나눠 먹고 싶다고,제부도와 대부도 "사이"로 들어오는 밀물아 썰물아, 들어다오, <김선우 시인의 글에서>
<사진 2012.12.2.제부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