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연인들 김남조
지난 세월 나에겐
시절을 달리하여 연인이 몇 사람 있었고
오늘 그들의 주소는
하늘나라인 이가 많다
기억들 빛바랬어도
그 각각 시퍼렇게 멍이 든
심각성 하나만은
하늘에 닿았고
오늘까지 살아 있으니
그들 저마다
어찌 나의 운명 아닐 것인가
그 시절 여자들은
사랑하는 이에게
손뜨개 털장갑을 선물했으나
나만이 그거나마 단 한 번 못했으니
오랫동안 그분들
손 시려웠을지 몰라
빌고 비오니
그저 영혼 따뜻하게들 계시고
후일 우리 만나거든
그 옛날 장마비처럼 그치지 않던
눈물 얘기도
부디 미소지으며
나누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