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畵像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이 시가 쓰여진 게 1939년이라니까, 70년도 더 지난 세월이네요
그 옛날 깜깜하고 암울하기만 했던 일제침략시대에 시인은 이런 시를 썼습니다,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파란 이상세계에 비춰보는 내 모습의 현실은 참 여러가지로 보이지요, 그래서 젊은 시절에 애송시였던 적 있습니다
미워졌다가 가엾어졌다가 다시 미워졌다가 끝내 그리워지는...현실의 自我
어느 가을날 수목원에서 못에 제 모습을 비춰보는 나목들을 보며 나의 자화상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