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포 연가 박 미 라
멀어서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마른 모래 바람이 가슴을 쓸고 가는 날이면
만리포 바다를 보러 오시라
오래된 슬픔처럼 속절없는 해무 속에서
지워진 수평선을 가늠하는 붉은 등대와
닿을 수 없어서 더욱 간절하다고
아득히 잦아드는 섬이 있다
누군들 혼자서 불러 보는 이름이 없으랴
파도 소리 유난히 흑흑 대는 밤이면
그대 저린 가슴을 나도 앓는다
바다는 다시 가슴을 열고
고깃배 몇 척 먼 바다를 향한다
돌아오기 위하여 떠나는 이들의 눈부신 배후에서
고단한 날들을 적었다 지우며 반짝이는 물비늘
노을 한 자락을 당겨서 상처를 꽃으로 만드는 일은
아무렴, 우리들 삶의 몫이겠지
낡은 목선 한 척으로도
내일을 꿈꾸는 만리포 사람들
그 검센 팔뚝으로 붉은 해를 건진다
천년 전에도 바다는 쪽빛이었다.
만리포 사랑 노래비가 서 있는 만리포 해변은 해무가 가득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한 쌍의 젊은이가 안개 속으로 들어간다, 안개는 두 사람의 사랑을 감추어 주려는 듯 휘휘 감는다 <2013.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