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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한 편

겨울 상수리나무가 마른잎을 남기는 일

by 에디* 2013. 12. 9.

 

겨울 상수리나무가 마른잎을 남기는 일                              박남준

 

아직 건너야 할 겨울이 멀다고 바람 부는 언덕 위 늙은 상수리나무가 말했다

다 버리고 나서야 봄이 오는 것이야 그랬었던가 떠나보내고  나서야 그 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졌던 귀에 익은 발자국소리 절절해졌던가 저 마른 잎들이 눈물겹다고 젖은 눈길을 쓸어내렸을 때였나 부르르 잎새 하나 떨궈내렸지 이 겨울 지친 굴뚝새가 외톨박이 곤줄박이가 내 노을의 가지에 기대어 작은 울음 울 때 나 이토록 말라버린 오랜 기다림의 말들 한 잎 한 잎 저 먼산 넘어 산 쪽으로 더욱 굽어 흔들리고 뿌리깊은 지상의 아래쪽으로만 키워왔으므로

 

단풍이 고왔던 가을에도 물론 이 숲에 왔었고, 눈이 하얗게 내리면 또 다시 찾아 올 상수리나무 숲입니다

그 무성했던 잎들은 모두 지상으로 내려와 나무들의 시린 발등을 두텁게 덮어주었고, 아무리 조용히 걷고자 해도 마른 잎 밟히는 소리가 서걱서걱

내 뒤를 따라 옵니다,이 숲에 살던 꿩은 어째서 보이지 않는지...? <2013.12.8.올림픽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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