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과 詩 한 편

문,혹은 벽

by 에디* 2013. 12. 15.

 

문,혹은 벽                                      박남준

 

한 시절 밀고나갔던 길을 문이라 생각했다

이곳과 저곳의 경계가 분명했을 때였다

그 경계의 사이에 문은 언제나 빗장이 완강했다

문을 지탱하는 것이 벽이었다니

이곳과 저곳의 그 일치할 수 없는 벽이

다리에 이르는 것이었다니

 

어제의 날들이 오늘을 지켜준다니

이제 누구도 쓰러진 길을 일으키지 않는데

죽은 자들은 옛일처럼 산에 오른다

그리하여 모든 것들은 흐르므로 변하지 않고

다만 쓰러진 먼 별들이 젖은 불을 밝히는

밤이다 길은 아득하고 목을 놓는 밤이다

 

 

 

 

'사진과 詩 한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바다  (0) 2013.12.17
  (0) 2013.12.16
사랑의 비밀  (0) 2013.12.10
겨울 상수리나무가 마른잎을 남기는 일  (0) 2013.12.09
길 가는 자의 노래  (0) 2013.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