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혹은 벽 박남준
한 시절 밀고나갔던 길을 문이라 생각했다
이곳과 저곳의 경계가 분명했을 때였다
그 경계의 사이에 문은 언제나 빗장이 완강했다
문을 지탱하는 것이 벽이었다니
이곳과 저곳의 그 일치할 수 없는 벽이
다리에 이르는 것이었다니
어제의 날들이 오늘을 지켜준다니
이제 누구도 쓰러진 길을 일으키지 않는데
죽은 자들은 옛일처럼 산에 오른다
그리하여 모든 것들은 흐르므로 변하지 않고
다만 쓰러진 먼 별들이 젖은 불을 밝히는
밤이다 길은 아득하고 목을 놓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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