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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한 편

노란 우산깃

by 에디* 2014. 11. 14.

 

은행나무                          곽재구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아름다움이 이 세상을 덮으리라던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 
네 빛나는 눈썹 두어 개를 떨구기도 하고 
누군가 깊게 사랑해 온 사람들을 위해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엽서를 쓰기도 한다 
신비로워라 잎사귀마다 적힌 
누군가의 옛추억들 읽어 가고 있노라면 
사랑은 우리들의 가슴마저 금빛 추억의 물이 들게 한다 
아무도 이 거리에서 다시 절망을 노래할 수 없다 
벗은 가지 위 위태하게 곡예를 하는 도롱이집 몇 개 
때로는 세상을 잘못 읽은 누군가가 
자기 몫의 도롱이집을 가지 끝에 걸고 
다시 이 땅 위에 불법으로 들어선다 해도 
수천만 황인족의 얼굴 같은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희망 또한 불타는 형상으로 우리 가슴에 적힐 것이다.
 

 

<사진   은행나무   2014.11.9. 장충단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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