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라타나스 나무도 겨울이 오면, 두꺼운 옷을 벗어 버리고 생생하고 보드라운 새 옷으로 갈아 입습니다
그런데 가만이 들여다 보니, 묘한 무늬들을 그려서 세상을 향해 보여 주네요
내 마음에 따라...
여러가지 동물도 보이고,꽃도 보이고,얼굴도 보입니다
세상이 뭐 그런 것 아니겠어요?
어떤 사람에게는 보이기도 하고 안보이기도 하고,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것들을...
내 마음대로... 그려보고 찾아봅니다
추운 날 푸라타나스 아래에서 나무껍질을 찍고 있으니까
별 이상한 사람 다 있다 고...지나가는 이가 보고 또 뒤 돌아 봅니다 ㅎ <2014.12.13. 올림픽 공원>
검은 뷔너쓰 윤일
순아네 어맨 오늘도 흙탕물에 발이젖어 한사코 북쪽 하늘만 바라보고 계실게다
프라타나스의 앙상한 가지에 내리는 눈송이는 네 어매의 상채기에 강물줄기같은 주름살만 짓는가,
눈빛갈을 마시며 마시며 프라타나스 역사책을 읽으러 거리엘 나섰더란다
카슈사의 눈동자,눈동자,재즈러진 미소 탱고 왈쯔를 휘감는 일리노이주 출신 제임스 소령,
찝 도난 사건과 순이와 김하사와 -진통제- 내일 또 오세요
겨우 첫페지를 넘기려는 순간 갑자기 등뒤에서 프라타나스 역사책을 빼앗는 것은,나이롱을 휘감은 순이,
검은 뷔너쓰였구나
프라타나스 역사책을 짝짝 찢어버리는 네 눈동자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배추나비 나르는 곳엘 돌아가겠어요
창백히 피어난 도회의 거리엔 초생달조차 걸려 있을리 없었고 쓰러진 검은 뷔너스와 찢어진 프라타나스 역사책을
줏어 모으는 나와 멀리서 찾아온 개한마리 뿐이었다
1959년 8월 24일 자 동아일보에 실린 시 한편을 발견하고 여기에 적었습니다
전쟁이 끝난지 몇 해 안되던 그 때 저는 초등학교 4학년 쯤 되었겠네요, 철길에서 대포화약을 주어와서 불놀이를 하기도 하고 동무네 뒷간에 상자채 있었던 기관총 실탄을 꺼내다가 놀던 시절입니다, 방공호에서 권총을 주어와서 놀던 동무도 있었지요,
배추나비가 나르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검은 뷔너스가 슬퍼했던 그 시절 프라타나스 역사책이 해마다 수십년을 벗기고 벗겨 냈지만 나무껍질이 그려낸 그림에 다 담고 있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