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남해군 서면 정포리내가 태어난 고향은 아니지만... 할아버지의 고향이라서 시제를 지내러 가서도,
음복을 하는 사이, 나는 산에 핀 쑥부쟁이들을 만나러 다닌다 <2010.11.21. 남해>
중부지방은 영하의 기온을 오가는 11월 하순인데도 이곳은 아직 꽃이 피는 걸 보니 과연...
따듯한 남쪽나라인가 보다, 바닷바람에 키가 작은 쑥부쟁이 꽃다발...
먼 서울에서 남쪽 끝까지 찾아온 후손에게 할아버지는 그 반가움을 쑥부쟁이꽃을 통해 활짝 웃으신다
시절이 초겨울인데...벌써 지고 말 꽃이었지만,
쑥부쟁이는 우리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제까지 꽃이 피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덤가에 핀 꽃들은 어쩐지 예사로운 꽃으로 보이지 않는다
잠시 꽃으로 환생한 영들이 키득키득 웃고 장난하는 것처럼 꽃마다 표정이 다르고 고개짓도 제각각...
올들어 쑥부쟁이꽃이 아름답다고 새삼 느꼈지만,어떤 원예종 국화가 이처럼 곱고 청순할 수 있을까?
아무도 돌보거나 가꾸지 않았음에도 후미진 기슭에서 이렇게 피고 진다
키 크고 억세기로 소문난 띠풀 속에서 살아남느라 쑥부쟁이는 지난여름 무척 고단했겠다
에구 좀 좋은 데 골라서 태어나시지... 하필 바위틈에 날게 뭐람~!그게 마음대로 되느냐고요...? 그렇군, 태어나고 죽는 거야 어디 맘대로 되나,
바위틈에 태어났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곱게 꽃 피우고,씨도 맺어서,세상에 태어난 책임을 다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