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입에 대한 단상 조윤주
살아생전 아버지의 목소리가 녹음된
망가진 테입을 휴지통에 넣으면서
제 몸이 바람임을 알았습니다
망가진 줄도 모르고 잡음을 내며
너무 멀리 와버린 인생을 보면서
아버지의 아버지,우리 모두가
바람의 집 한 채임을 알았습니다
바람이 낳은 씨들이 이 지구를 푸르게 하는
새싹인 것을 알았습니다
막막한 저 속으로 노 저어 들어가고 싶은 뿌연 풍경....
무한, 영원...
내 몸이 한낱 바람임을 알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바람의 집 한 채였음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