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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한 편

실없이 가을을...

by 에디* 2012. 10. 31.

 

 

공연이 화려한 색갈이 싫어질 때도 있다.

일체의 색을 빼고 바라보면 세상은 그만큼 단순하게 보일른지 모른다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은 매우 주관적이고 수시로 변하기도 하고...

 

오래전, 거실에 1m20cm나 되는 수족관을 들여 놓고 처음에는 잉어를 길렀는데,

잉어는 아무래도 그정도 크기로는 비좁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금붕어를 입양하게 되었다,

빨강, 노랑 검정 흰색까지 색갈도 다양하고 지느러미까지도 가지가지...

처음에는 그렇게 이쁘더니,

 

1년 쯤 지난 어느날

수족관에서 '납자루"라고 부르는 우리나라 토종 물고기를 몇 마리 들였다

색갈은 암록색으로 칙칙한 붕어와 비슷한 녀석들이었는데,

하... 그런데 그것 참! 이상도 하지

지금까지 예쁘던 금붕어보다

칙칙한 색에 하얀배를 반짝이며 빠르게 헤엄치는 납자루가

매일 아침 내 사랑을 차지하게 되었으니 말이지

 

맨날 칼라사진만 찍다가

아주 가끔은 흑백으로 바라보고 싶은 것과 비슷한 이치인지 모르지만,

 

 

실없이 가을을                         나해철

 

밥집 마당까지 내려온 가을을

갑자기 맞닥뜨리고

빌딩으로 돌아와서

일하다가

먼 친구에세 큰 숨 한 번

내쉬듯 전화한다

참으로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나눈다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니

좋다고

불현듯 생각한다

가을은 아무것도 아닌 것에도

와 있어서

그를 그렇게라도 보내게 한다

 

 

詩의 이 사람은 도시 직장인이다, 빌딩이 일터이고 근무중에 친구에게 전화 잡담정도는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이 시에는 "아무것도 아닌"이 3번이나 나온다, 아무것도 아닌의 반대 말은 가치있는 일일 것이다, 예컨대 그것들은 능력,매력,근면,이익,부귀,

영화,명예,권력...사람들은 이런 말들을 가치있는 일로 평가하고 획득하려고 애쓴다

그런데 쓸쓸하고 가슴이 허전할 때 우리의 마음은 왜 "아무것도 아닌 것"에 기우는가?

아무것도 아닌 것에도 와 있는 가을에게 물어 보라...

 

<사진 2012.10.21. 강원도 춘천시 소양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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