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감잎 김인자
감잎 한 장
손위에 얹으면
잎새에 손금처럼 그려진 기억들
봄날 연두 빛 새순피던
설레임이 밀려온다
귀 대어보면
빗방울 두드리는 소리
멀리서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 오는 듯
가을 감잎
가만히 품에 안으면
붉게 물드는 그리움
입김처럼 스며오는 따스한 사랑
가을 보내고 싶지 않다
감잎이 이렇게 붉게 지는 것을 도시사람들은 아마도 잘 모르리...
가을이 지나가는 올림픽 공원에서
나는 쪼그리고 앉아 수북하게 쌓인 붉은 감잎들을 본다
넓고 두꺼운 붉은 잎들은 떨어져 누웠어도 요염하지
대채, 가을 나뭇잎들은 왜 이리 고운 것인가...?
어린 시절 고향집 뒷뜰에는 감나무 한그루가 있었는데,
아마도 저절로 난 고염나무를 자르고 아버지가 우량한 감나무로 접붙여 주신 나무일 것이다
내가 어른이 되어 그 집에 갔을 때 성목이 된 감나무는
가을엔 튼실한 감이 주렁주렁 익어갔고,나무 아래는 붉은 감잎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지,
세월이 가고 아버지가 떠나신 뒤
집은 팔리어 헐리고 감나무도 베어져 버렸다
그러하니 그 감나무는 아버지와 운명을 같이 한 나무인 셈이지,
속절없이 떨어져 누운 감잎들이
흘러간 세월이며 고향 과 아버지와의 추억들을 작은 소리로 속삭여 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