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 정지용
장미꽃 처럼 곱게 피어가는 화로에 숯불,
입춘 때 밤은 마른 풀 사르는 냄새가 난다.
한겨울 지난 석류 열매를 쪼개어홍보석 같은 알을 한 알 두 알 맛보노니,
투명한 옛 생각, 새론 시름의 무지개여,
금붕어 처럼 어린 여릿여릿한 느낌이여.
이 열매는 지난해 시월 상달, 우리 둘의
조그만한 이야기가 비롯될 때 익은 것이어니.
작은 아씨야, 가녀린 동무야, 남몰래 깃들인
네 가슴에 졸음 조는 옥토끼가 한 쌍.
옛 못 속에 헤엄치는 흰 고기의 손가락, 손가락,
외롭게 가볍게 스스로 떠는 은(銀)실, 은(銀)실,
아아 석류알을 알알이 비추어 보며
신라 천 년의 푸른 하늘을 꿈꾸노니.
아파트 현관앞에 오래된 석류나무 한그루가 있다
집에 드나들 때마다 보는 석류꽃이 그리 예쁘더니,올해는 유난히 석류가 많이 열렸다
드디어 10월 어느날 쩍 갈라진 과실 속에 홍보석이 하나 가득 빛이 난다
그냥 오래 두고 보고 싶은데도...침이 고이는 것은 보기만 해도 신 맛을 느끼는 때문이지... <2012.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