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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한 편

석류

by 에디* 2012. 11. 8.

 

석류                                          정지용

 

장미꽃 처럼 곱게 피어가는 화로에 숯불,

입춘 때 밤은 마른 풀 사르는 냄새가 난다.

 

한겨울 지난 석류 열매를 쪼개어홍보석 같은 알을 한 알 두 알 맛보노니,

 

투명한 옛 생각, 새론 시름의 무지개여,

금붕어 처럼 어린 여릿여릿한 느낌이여.

 

이 열매는 지난해 시월 상달, 우리 둘의

조그만한 이야기가 비롯될 때 익은 것이어니.

 

작은 아씨야, 가녀린 동무야, 남몰래 깃들인

네 가슴에 졸음 조는 옥토끼가 한 쌍.

 

옛 못 속에 헤엄치는 흰 고기의 손가락, 손가락,

외롭게 가볍게 스스로 떠는 은(銀)실, 은(銀)실,

 

아아 석류알을 알알이 비추어 보며

신라 천 년의 푸른 하늘을 꿈꾸노니.

 

아파트 현관앞에 오래된 석류나무 한그루가 있다

집에 드나들 때마다 보는 석류꽃이 그리 예쁘더니,올해는 유난히 석류가 많이 열렸다

드디어 10월 어느날 쩍 갈라진 과실 속에  홍보석이 하나 가득 빛이 난다

그냥 오래 두고 보고 싶은데도...침이 고이는 것은  보기만 해도 신 맛을 느끼는 때문이지... <201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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