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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한 편

바람아래 겨울나무

by 에디* 2012. 12. 21.

 

바람 아래 겨울나무                               박남준

 

마음속에 길을 가지고 있었는가 고여 있는 사람이 있네

새들과 풀벌레 스스로 죄지은 것 없어 부끄러움 없는 것들이

다가가면 멈추고는 했네 오래 머물렀으나 바람 부는 데로 흔들렸네

할 일이 남은 모든 것들 몸을 낮춰 땅으로 내려앉는

가을이며 빈 몸의 겨울숲에 들어도 사내는 웅크린 채

아무래도 이건 아니야 사내는 다만 마음속의 길만을 생각했네

잊었다는 듯이 겨울이 오고 더불어 떠나는 자들의 시간이 바람처럼 길가에 자욱해도

사내는 다만 가지 못한 길만을 생각했네

 

겨울나무숲에 눕는다 너도 이렇게 이 자리에 붙박혀버렸느냐

그리하여 바람이 불 때마다 나부끼며 그렇게 바람 아래 서서

 

 

눈 내리고 흐린 날

겨울의 두물머리는 흑백사진이나 칼라 사진이나 차이가 없다

그 무성했던 잎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겨울햇살이 쏟아져도 발가벗은 나목이 추워 보인다

 

잎이 다 떨어진 나목들을 보면... 균형 잡힌 나무의 아름다움을 재 발견하게 되지...

 

눈 녹은 얼음물에 비친 나무의 그림자가 보기 좋고...

 

 

하얀 겨울에 두물머리를 보러 온 검은 실루엣들도 역시 보기 좋지...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치는 곳, 사랑하는 두 마음도 합치기를...

 

얼어붙은 강을 건너 저 섬에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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