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 이윤학
제 얼굴에 침 뱉어논 뱀딸기를 보았다.
대낮부터 붉은 얼굴. 홍시 같은 얼굴을 한
뱀딸기를 보았다.
한평생을 부끄럽게 살다 가는 얼굴.
한평생을 부끄럼을 타다 가는 얼굴.
뱀딸기를 딴 적이 있었다.
뱀딸기의 둥근 속은
천장으로 달라붙어
텅 비어 있었다.
붉게 익어터진 지붕과
희고 부드러운 천장을 가진
뱀딸기의 영혼이 살던 방을
보았다.
더러워
부끄러워
안엣것들을 내다버린
뱀딸기 열매에서는
붉게 익어 터진 부분에서도
하얀 즙이 나왔다.
까슬까슬
뱀딸기 열매에서는
무수한 舍利(사리)가 나왔다.

요즘 들에 나가보면 흔하고 흔해서 천대받는 뱀딸기를 보고 시인은 이런 글을 쓰는군요,
어렸을 적에 어른들이 뱀딸기를 먹으면 안된다고 했지만, 그 붉은 유혹에 넘어가 따 먹어 본적이 있습니다, 맛이 별로여서 그 후 따지 않았는데, 아마도 숲에 들어가면 뱀이 있으니 안전상 풀밭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 게 아닐까요?
이상하게도 붉은 뱀딸기 위에 흰 거품 같은 게 분비되어 있었는데 시인은 그 것을 제얼굴에 침뱉은 것으로 보았나?
수행승들이 하안거를 마치며 서로 자신이 범한 죄를 참회하는 의식을 한답니다,이는 자신의 죄를 대중 앞에 들어내고 용서를 구하는 것인데 마음 속의 것을 밖으로 들어낸다 하여 발로(發露)참회라고 한다네요
산성에 기대어 꽃 피우고 맺은 붉은 열매가 예쁘면서도 어쩐지 처연합니다
저 귀엽고 작은 생명이 무슨 부끄러운 삶을 살았다고 제 얼굴에 침을 뱉았을까요? 자신에게 엄한 뱀딸기는 마음을 비우고 참회하며 머리위에 사리를 이는군요, 성벽 길을 가는 나그네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쳐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