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상사화 정호승
선운사 동백꽃은 너무 바빠
보러가지 못하고
선운사 상사화는 보러 갔더니
사랑했던 그 여자가 앞질러가네
그 여자 한 번씩 뒤돌아볼 때마다
상사화가 따라가다 발걸음을 멈추고
나도 얼른 돌아서서
나를 숨겼네
아, 어느새 상사화가 피다니요,
상사화가 피고지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오면 해가 저물날도 가까워 오는데...
세월아, 좀 천천히 가 줄 수는 없겠니?
길을 가다가 어느 한옥집 마당 앞에 핀 상사화 한 무더기를 보고 발길을 멈춥니다
마당이래야 담도 없이 행길과 붙어 있는데,
鼎徘食堂 이라고 간판까지 걸려있습니다, 밥도 사먹지 않고
허락도 없이 상사화를 훔쳐 본 죄를 착한 주인님이 용서해 주시겠지요? <201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