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나비떼 눈부시다 박남준
나 지금껏 꽃 피고 꽃 지는 일만 생각했구나
꽃 피고 꽃 지는 일만 서러워했을 뿐
꽃이 피고 그 꽃이 진 자리
오랜 상처를 앓고 난 후에야 두 눈 깊어지듯이
등불처럼 내달은 열매를 키워간다는
참으로 당연한 이치도 몰랐던가
배꽃 지던 날 흰나비떼 흰나비떼
눈부시게 날아오르는데
……
사랑을 위해 나 여지껏 기다려왔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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