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밑 회현동...돌담에 흩어져 있는 붉은 담쟁이 잎새와 검은 열매 너머로 아득한 회상이 펼쳐진다
그러니까 꼭 35년 전이네,서른을 갓 넘긴 풋풋한 젊은 날이었지...
미래를 염려하지도 않았고, 걱정없이 여기에 둥지를 틀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남산을 내려 오다가 우연히 발길이 닿은 곳, 여기에서 한 이년 살았던가? 기억조차 아련하다 <2014.11.9.>
회현시범 아파트라고 불리던 이 아파트가 아직도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벌서 헐리고 재건축을 했을 것이라 여겼는데 지금도 건재하다니,나이가 꽤 많을 터인데...
그 옛날 대부분 연탄을 사용하던 시절에, 드물게 중앙난방식으로 지은 시범아파트였다
재미있는 것은 산의 고도차를 이용하여 중간층으로 바로 출입 할 수가 있다
그래서 10층이 넘는 고층아파트임에도 엘리베이터가 없었다고 기억되는데...
지금 저 출입로로 들어가는 곳이 아마도 7층 쯤 될 것이다
주차되어 있는 곳이 바닥이 아니고 7층 쯤 되니까 저 아래로도 5~6층이 있고 위로는 3~4층이 있는 구조다,16평형이니 세대수가 많아 뜻을 모으기 어려울테고 그래서 재건축이 쉽게 되지 않는게 아닐까? 지금은 낡고 비좁지만 40년 전에는 도심에 가까운 괜찮은 곳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아파트에서 1~2년 살았는데, 어느날 주방쪽 열어놓은 창문으로 비들기가 날아들어 바구니안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 그 걸 모르고 드나들던 아내에게 알을 품던 비들기가 화들짝 놀라 날아갔는데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비들기가 돌아와 알을 다시 품기를 바라며 창문을 닫지 않고 한 동안 기다렸지만, 끝내 인간을 믿지 못하는 비들기는 알을 버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그 것이 그때는 좀 서운하기까지 했다 ㅎ
그 때만 해도 남산의 비들기떼는 평화의 상징이라고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존재였다
그 옛날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론 그 청춘으로 돌아가고야 싶지, 그러나 차아나타운 골목 같이 여전히 좁은 길이며 복잡한 주거환경 그 마을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네, 욕심도 많지...ㅎ 그냥 한번 옛회상에 잠겨 본 것 뿐일세
아파트 바로 위에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남산 과학관...
당시로는 서울의 심볼처럼 남산에 우뚝 선 혁신적인 빌딩이었었는데 이제는 어딘지 세련되지 못한 옛건물 티가 느껴진다
어쩌다가 휴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 남산 꼭대기까지 올라간 적이 물론 있다, 그 때마다 매일 아침, 아니 매주라도 남산에 올라가리라 마음 먹었지만
작심삼일이었다, 꼭대기에는 가지 못해도 야외음악당이나 도서관,안의사기념관까지만 산책해도 좋왔고 당시에는 남산 식물원과 소동물원까지 있었다
아파트 뒷편으로 남산 순환도로 있고 아래로 가면 남대문에 이르른다,
저 붉은 채양이 있는 카페 자리는 아마도 그 옛날에 파출소가 있었던 곳 아닐른지...?
야외음악당에서 예비군 훈련 받던 생각도 나고 ㅎㅎ...
아 지금도 남산에는 비들기가 많은 모양...하늘을 올려다 보니 한 무리의 비들기 떼가 환영의 비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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