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는 소라껍질 박정남
안은 다 외설스럽다
내 귀는 소라껍질
누군가 나를 그의 무릎에 눕혀놓고
내 귓속을 후빌 때
내 귀는 바다소리가 아닌
그냥 외설스럽기 그지없는 좁은 구멍
이제 내 삶도 단연 간편 구조
열아홉에 사 들인
어린 애 머리통만한 장식용 소라 껍질을
책장 위 칸에서 내려
내버려도 마땅할 것인데
누군가 이사 가며 아파트 정원에 던져놓고 간
내 것보다 더 큰, 어른 머리통만한
소라껍질을 하나 주워왔다
소라껍질은 뿔이 공격형, 전진의 신호
나 뿔났어, 찔러, 찔러,
보기에 좀 사납지만
살밑은 뽀얀 백색이거나, 살구색으로
미감은 여전히 따뜻하다
안방 세면실 앞
배꼽 높이의 수납장 위에 기꺼이 자리 하나를 내주었다
내 귀는 소라 껍질
심심치 않게 물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