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 박노해
감자꽃 피는 6월
무성한 감자밭 가에 앉아
깜박 졸았다
6월 한낮의 어지러운 꿈
감자꽃이 피면
감자알이 굵어진다
하얀 꽃 피면 하얀 감자로
자주 꽃 피면 자주 감자로
꽃과 뿌리가 일체인
정직한 순종의 꽃
햇살 뜨거우면 꽃이 피고
꽃이 피면 알이 굵어지고
무성한 감자밭 가에 앉아
나는 6월의 순박한 꿈과
정직한 뿌리를 그리워한다
유월 말에 달리는 강원도 길...
강원도 감자바우 라더니 정말 감자밭이 많구나
실하게 자란 감자밭은 감자꽃으로 새하얗다
부지런한 농군은 감자꽃은 다 따 줄텐데...품값이 비싼 시대에 그럴 일손이 어디 있으랴
내가 알기로, 감자꽃을 따 주면 꽃과 열매로 소모될 영양분이 감자 알을 굵게 한다고 했다
미쳐 따 주지 못한 감자꽃들이 지나는 나그네를 즐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