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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한 편

석남꽃 입에 물고 / 강정순

by 에디* 2010. 8. 6.

 

 

 

 석남꽃 입에 물고                            강정순

내가 石南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꽃의 부귀로움에 있음이 아니고
오월 아낙네의 춤 속에서 피던
꽃의 인내로움으로 해서인데.

지난적 이야기로는
그 꽃은 가장 무서운 번개 속에서 핀다더라

내가 石南꽃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맨 처음 내 눈맞추던 계집아이가
늘 그 꽃 아래로 나를 이끄는 통에
그 향내에 그만 반해 버려서인데

神이 들린 아이는 이른 봄날
石南 아래에서 가슴앓이를 하다가
푸른 바람을 타고 가 버리고...

소금같은 이야기를 뿌리던 장성한 아들 옆에는
꽃처럼 곱게 늙은 여인 하나가
石南꽃 입에 물고 춤을 추는데
먼데서 그걸 지켜보는 중년 하나가
석양을 벗삼아 길을 떠난다

 

 

석남꽃을 아시는지요?
수년전에 강시인을 만났을적에 석남꽃이 어떤 꽃이냐고 물었더니...
설명은 않고 빙긋이 웃기만 하더라구요.

 시인에게 싯귀의 의미를 묻는게 아닌 모양입니다.
나는 참 바보네요,인터넷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되는 것을...
사실 나는 석남꽃이 무슨 꽃인지 몰랐거든요. 혹시 식물원에서 본 적이 있는지도 모르지만요

 석남꽃은 백두산 등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진달래과의 "노랑 만병초"라는 꽃으로 멸종위기 자생식물인데, 최근 설악산에서도 63년 이후 40년만에 처음으로 수십개체의 군락지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위의 사진이 백두산 주변에서 찍은 석남꽃입니다

 강정순 시인의 석남꽃 시를 감상하며, 이해를 돕기 위하여 대동운옥(大同韻玉)이라는 책에 나오는 신라시대 설화를 하나 소개합니다

 

新羅때, 최항(崔伉)이란 이가 살았는데 자(字)가 석남(石南)이었답니다,
애인이 있었는데 부모가 금해서 만나지 못하다가, 몇 달 만에 그만 덜컥 죽어 버렸다네요.
그런데 죽은 지 여드레 만의 한밤중에 항은 문득 그의 애인 집에 나타났는데,그 여자는 그가 죽은 줄도 모르고 좋아 어쩔 줄을 모르며 맞이했습니다.
항은 머리에 石南꽃 가지를 꽂고 있었는데, 그걸 나누어서 그 여자한테 주며 "내 아버지 어머니가 너하고 같이 살아도 좋다고 해서 왔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둘은 항의 집으로 갔습니다, 대문이 잠겨 있어 항만 먼저 담장을 넘어 들어갔는데 ...밤이 새고 아침이 되어도 웬일인지 영 다시 나오질 않았습니다.
아침에 항의 집 하인이 밖에 나왔다가 홀로 서 있는 여자를 보고  "왜 오셨소?"하고 물으니 여자가 항과 같이 왔던 이야기를 하였고, 하인은
"그 분 세상 떠난 건 벌써 여드레나 되었는데요. 오늘이 묻을 날입니다. 같이 오시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했지요

 

여자는 항이 나누어 주어 자기 머리에 꽂고 있었던 석남꽃 가지를 가리키며,"그 분도 이걸 머리에 틀림없이 꽂고 있을 것이다."고 했습니다.
그래, 정말인지 어디 보자고 항의 집 식구들과 함께 죽은 항이 담긴 관을 열고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항의 시체의 머리에는 석남꽃 가지가 꽂혀 있었고, 옷도 금시 밤 풀섶을 거쳐 온 듯 촉촉이 젖은 그대로였고 벗겼던 신발도 다시 차려 신고 있었지요.

 여자는 항이 죽었던 걸 알고 울다가 너무 기가 막혀 금시 숨이 넘어가게 되었답니다 그랬더니 그 기막혀 숨 넘어가려는 바람에  항은 깜짝 놀라 되살아났다네요.
그래 또 서른 핸가를 같이 잘 살다 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야말로  석남꽃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면서 피어나는 꽃인 모양입니다....
서른해가 아니라 영원히 살았을 피안의 세계관이 녹아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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