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 살수록 세상은 아름다워 고통스럽네. 최대남
흙속에 몸을 묻고 살기는 마찬가지, 지독하게 화려한 꽃을 피우고도
능소화는 그래도 못내 서럽네
사는 일이 그런게지
사는 일이 그런게지
살면 살수록 세상은 아름다워 고통스럽네
나만 못한 목숨 어디 있을까
잠시전 태어났던 하루살이의 죽음도 성스럽기만 하네
누구도 무엇도 사랑한다고 나 감히 말 할 수 없네
어느것 앞에서도 이 몸 낮기만 해
감히 탐욕구덩이 내 마음속에 그 무엇도 들여놓기 죄스럽네
그대 사랑하는 마음도 교만이었네
이별 슬픔 고통 있어 더욱 빛나는 세상
그속에 존재하는 미물까지도 알고보니 그들은 창조자였네
지엄한 신이 나투신 모습이었네,교만했던 가슴을 눈물이 덮네
살아있는 일이 이토록 애절한 것임을
흙속에 묻혀서도 흙묻지 않는 능소화 지독한 꽃잎을 보네
그앞에서 나비도 날개접고 경건하게 무릎을 꿇네
살면 살수록 세상은 아름다워 고통스럽네
몹씨도 무더운 날 성내천가에 피어난 능소화 꽃을 보며, 만나 본지 오래 된 친구 최대남 시인의 시 한수를 떠 올려 봅니다.
살면 살수록 세상이 아름다워 고통을 느끼는 시인의 삶에 대한 자세가 엿보이는 시입니다
옛날에는 양반집 정원에만 심을 수 있었고, 상민이 이 꽃을 심으면 잡아다가 곤장을 때리고 심지 못하게 하여 ‘양반꽃’이라고도 했답니다.
덩굴의 길이가 10m에 달하고 줄기 마디마디로 부터 뿌리가 생겨 다른 사물에 잘 달라 붙고,한여름 담장 높이 올라가
크고 탐스런 꽃들을 주렁주렁 많이 피우는데,바람이 불면 마치 여인의 치마자락처럼 너울너울 흔들거립니다.
이 꽃을 ‘구중궁궐의 꽃’이라 칭하는 이유가 있는데 ,
옛날 옛날 복숭아 빛 뺨에 자태가 고운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다네요.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사이 빈의 자리에 앉아 궁궐의 어느 곳에 처소가 마련되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임금은
그 이후로 빈의 처소에 한번도 찾아 오지를 않았답니다.
빈이 여우같은 심성을 가졌더라면, 요즘 TV사극에 나오는 빈들처럼, 온갖 방법을 다하여 임금을 불러들였을건만
아마 그녀는 그렇지 못했나 봅니다.
그렇지않아도 제가 요 며칠간 IPTV 드라마 다시보기로 드라마 "동이"를 1회부터 30회까지 연속으로 보았더니....ㅎㅎ
머리속에 온통 궁과 궁녀, 비빈들의 암투의 모습들이 어른거려서 이 이야기가 실감납니다
빈의 자리에 오른 여인네가 어디 한 둘이었겠어요?
그들의 시샘과 음모로 그녀는 밀리고 밀려 궁궐의 가장 깊은 곳 까지 기거 하게 된 빈은 그런 음모를 모르는 채
마냥 임금이 찾아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혹시나 임금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왔는데 돌아가지는 않았는가 싶어 담장을 서성이며 기다리고, 발자국 소리라도 나지 않을까,
그림자라도 비치지 않을까 담장을 너머너머 쳐다보며 안타까이 기다림의 세월은 흘러가고 있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이 불행한 여인은 상사병 내지 영양 실조로 세상을 뜨게 되었지요.
권세를 누렸던 빈이었다면 초상도 거창했겠지만 잊혀진 구중궁궐의 한 여인은 "담장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라는 유언을 남긴채 숨졌답니다, 물론 시녀들은 그대로 시행했다지요.
다음해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온갖 새들이 꽃을 찾아 모여드는 때.... 빈의 처소 담장에는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모양의 꽃이 피었으니 그것이 바로 능소화랍니다.
아무튼 능소화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많이 담장을 휘어감고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데
그 꽃의 모양이 정말 귀를 활짝 열어 놓은 듯 합니다.
한이 많은 탓일까, 아니면 한 명의 지아비 외에는 만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을까?
꽃 모습에 반해 꽃을 따 가지고 놀면, 꽃의 충이 눈에 들어가 실명까지 한다니 조심하세요.
장미는 가시가 있어 더욱 아름답듯이, 능소화는 독이 있어 더 만지고 싶은 아름다움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야속한 임금님은 그후 능소화라도 보러 왔을까요?
사랑받지 못한 궁녀의 슬픈 이야기가 능소화에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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