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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답사

남해의 유자

by 에디* 2010. 9. 7.

내가 어릴 적에 아버님이 유자 이야기를 하시면,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유자차가 대중화 되지도 않았던 때이고  귤도 구경 할 수 없는 아주 귀한 과일이었던 시절이었다, 할아버지의 고향인 남해에서 자라는 유자여서 아버지는 잘 아셨겠지만, 충청도 산촌소년인 나에게는 상상이 안갈 뿐 아니라 엉뚱한 초본 식물로 이름이 비슷한 열매를 떠 올리곤 했다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유자를 보았고, 찻집에 가면  유자차를 주로 마시게 되었다

 

어른이 되어서 처음으로 멀고 먼 할아버지의 고향인 남해에 벌초를 하러 갔을때, 처음으로 나무에 달린 유자를 보았다

귤도 아닌 것이 탱자는 더욱 아니고 그냥 과일로도 먹기 어려운 이상한 과일이 유자였다

몇십년 전 그날도 집안의 담가에 그리고 밭에 서 있는 유자나무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 보았었다.당시에는 남해안 일부에서만 재배가 가능한 아주 비싸고 귀한 과일이라고 했고, 커다란 성목 하나면 자식을 대학에 보낼만큼 고소득의 나무라고 들었다

 

올해도 남해 정포리의 울안과 밭가에 서 있는 유자나무는 짙은 초록색의 유자들이 주랑주렁 매달려 있었다,노랗게 익은 것은 많이 보았으나 지렇게 짙은 녹색의 유자를 보지 못한 이들도 많으리라.

벌초를 끝내고 잠시 쉬는 시간에  유자나무 아래를 돌며  사진을 찍었다.  노란 유자라면 더욱 예쁘겠지만, 녹색 유자가 탐스럽게 익어가는 풍경도 아름답지 않은가?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지금은 예전처럼 대접을 받지 못하는 나무로 변모되었다고 한다.

유자차가 대중화 된 오늘날, 왜 유자는 비싸고 귀한 고소득 나무에서  별 볼일 없는 보통 유실수가 되었을까? 나는 이유를 모른다,오래된 고목의 유자나무가 찍어 넘어진 것도 보았고,밭에는 온갖 넝쿨 식물이 휘감아 죽어가는 나무도 보았다.

이제는 예전처럼 귀히 대접 받지 못하는 나무가 되었다는 증표가 여러 곳에서 보였다

 

이러다가 다음에 벌초하러 오면 다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닐른지...?

제일 가까운 이가 8촌인 이곳의 먼 친척 하나가 아주 이쁘게 생긴 유자 하나를 잎이 달린채로 꺾어서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서울 헹님에게 선물로 주었다

 

아무리 값이 내리고 소득이 별게 아니라도 따듯한 남쪽 마을 남해에 오면.....
언제나 이런 유자가 풍성하게 익어가는 풍경을 오래오래 보고 싶다

 

올 농사 잘 지었네~!

유자차 소비가 늘었으니 수요도 늘었을텐데, 대규모 기업형 농장이라도 생겼을까? 아니면 대규모로 수입이라도 되는가,...?

 

만약에 북쪽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면 나는 빈터에 제일 먼저 유자나무를 심고 싶다

그러나 아마도 그것은 쓸데없는 공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남해안 일부에서만 월동이 가능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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