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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답사

법주사 마애여래의상

by 에디* 2010. 8. 14.

 마애여래의상(磨崖如來倚像)

법주사에서 금동미륵대불과 함께 눈여겨 볼 만한 게 마애여래의상이다  사찰입구에서 가까운 모퉁이에 높이 약 7m의 바위에 새겨진 마애여래의상은 전체 높이가 6.18m나 된다  의자에 걸터앉듯 두 다리를 늘어뜨리고 앉은 모습인데 이러한 의좌상은 중국에는 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드물다고 한다  이것 외에 고신라 때의 불상인 경주 삼화령 석조미륵의상이 알려져 있고  의좌상은 대게 미륵불이다

 

 수줍은 소녀가 온전히 드러내지 않고 살짝 숨어서 기다리던 님을 바라보는 듯 하다여래상도 바위뒤에서 얼굴만 내어 놓은채 법주사를 찾아온 불쌍한 중생들을 자비와 사랑의 마음으로 바라 보고 있지 않을까? 거대바위에 가려서 상체 일부만 보이는 이 각도에서 보는 게 완전히 들어난 모습보다 나는 어쩐지 좋다

앞의 큰 바위에도 예전에는 여러가지 조각이 있었던 듯 한데...세월의 풍화작용으로 잘 알아 볼 수가 없다

마애불의 머리는 돌돌 말린 나발이다, 나발(螺髮)이란 게 무엇인지는 불상이나 불화에 나타나는 소라모양의 일종의 머리 형태라고만 이해하고 넘어 가야겠다. 왜냐하면 나발의 의미에 대해서만도  평생 연구한 사람이 있다니 논문이나 학위도 많이 나왔을 테고, 여기에 소개하기에는 방대한 내용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발이 줄을 맞춘 듯 규칙적으로 배열된 점도 특이하지만  마애불에서 머리 부분이 이처럼 자세히 표현된 경우도 드물다 한다
 

얼굴 모양은 둥그스럼하고 원만하지만 코와 뺨을 같은 높이로 조각했으므로 코와 입 둘레가 움푹 들어가서 긴 코가 얼굴에 묻힌 듯하고 입술을 쫑긋 내민 것처럼 되었다
이마에 동그란 백호가 있고 눈두덩이나 뺨은 두둑하며 눈꼬리가 길게 치켜올라갔다 턱에는 군살이 표현되었으며 목의 삼도는 목도리라도 두른 듯 아주 두껍고 귀는 정면에서 본 것처럼 발쪽하게 선 모습으로 조각되었는데,이러한 얼굴과 표정은 고려시대 불상의 특색을 뚜렷이 보여주는 것이다

어깨가 수평으로 반듯하고 팔과 어깨도 거의 직각을 이루었다  얼굴과 어깨,팔까지 당당하게 표현되었으나 가슴 쪽이 갑자기 줄어들어서 허리는 완전히 잘록해졌다 두 무릎은 바깥으로 활짝 벌어져 직각을 이룬다

 

전신모습으로 보는 마애여래의상

법의는 왼쪽 어깨에 걸쳐 몸을 한 바퀴 감싼 뒤 다시 왼쪽 어깨로 넘겼다  옷단이 왼쪽 어깨 앞에서 너울져 있고 옷주름은 가슴 아래에서 두 다리 사이로 반달 모양 곡선을 그리며 드리워졌다  발목이 쑥 드러난 바지 모양이 무릎께에서부터 보이고  부처가 앉은 자리는 활짝 핀 연꽃으로 감싸였다
끝이 뾰족한 연꽃이 무척 싱싱하고 풍성하며  그 둘레에도 연꽃잎이 새겨졌으며 두 무릎과 두 발 바깥쪽에 각각 연밥이 표현되어 눈길을 끈다  광배는 없고 불상 아래에는 연꽃이 새겨진 배례석이 놓였다

 

여래상의 손모양이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오른손은 가슴 앞에서 들어 손바닥을 보이며 엄지와 가운뎃손가락 끝을 붙여서 동그라미를 만들었고 왼손은 가볍게 들어 오른손을 받치듯이 하였다  이런 손 모양을 설법인이라 하며 지금 부처가 설법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 불상은 너무 두드러진 삼도(목주름)와 유난히 잘록한 허리,어색한 무릎 모양,규칙적인 옷주름 등에서 부자연스러운 면을 보인다
그러나 얼굴이나 손의 표현에서는 능숙한 기법을 드러내며 불상이 갖추어야 할 형식도 온전히 갖추었다
11세기쯤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고려 시대 마애불 가운데 매우 뛰어난 불상으로 꼽히며  보물 제 216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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