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의 양지바른 성벽은 온통 산국 천지다. 국화라고는 하지만 내가 본 그 어떤 국화 보다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꽃이 산국이다,
그래서 가장 야생적인 국화가 아닌가 한다, 산국을 한 번 스치기만 해도 향기가 어찌나 진한지 조금 과장한다면 어찔하다.
그 향기는 달콤하고 향기롭다기 보다는 약간은 쌉싸하고 독하고 그러나 싫지않은 야생적인 향이다
한개의 꽃은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수천 수만 송이의 산국이 피어 있는 모습은 고성과 어울려서 멋 지기만 하다
그래서 산국을 만나러 남한산성을 다시 한번 올랐다.특히 성 밖에서 銃眼(총구멍)을 기웃대는 산국을 성 안쪽에서 바라보면...
마치, 한 개의 돌 액자에 산국 한포기식을 담아 놓은 것처럼 보이는 게 재미있어서 올해도 산성에 올라 총구멍을 열심히 들여다 보았다
< 2010.10.19. 남한산성에서>
남한산성은 약 2천개(1940개)의 타로 구성되어 있고 한개의 타에는 총안이 3개씩 있으니, 남한 산성에는 대략 이런 총구멍이 6천개쯤 있는 셈이다. 그러나 내가 들여다 본 총안은 100개나 되려나? 연주봉 옹성 부근부터 수어장대 까지 겨우 보았을 뿐이다.
돌 액자 속에 한포기씩 들어 있는 산국이 그런대로 멋지지 않은가?
남한산성이나 북한산성이나 간에 우리 조상님들은 아무렇게나 성을 쌓은 게 아니다.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바위로 성벽을 5~10m 정도 쌓아 적이 밖에서 기어 오르지 못하게 한다음, 성위에 쌓은 담을 여장(女墻)이라 하는데 여장의 높이는 대개 70~135cm로 쌓아 적을 방어하도록 했다
여장이라는 담은 무작정 길게 이어 쌓은게 아니라 성의 방어에 유용하도록 3~4.5m 길이로 일정하게 끊어서 쌓았는데, 그 하나 하나를 '타"라고 한다, 한개의 타에는 3개의 銃眼(총구멍)이 있는데 가운데 구멍은 경사를 깊게 하여 가까히 온 적을 쏘는 근총안(近銃眼)이고, 양쪽에 2개의 구멍은 먼곳의 적을 쏘도록 경사도를 완만하게 만든 원총안(遠銃眼)이라 한다
타와 타 사이는 약 30cm정도인데 이를 타구라고 한다,
이곳 역시 적을 화살이나 총으로 쏘기 위한 방어 시설이었다, 오늘 찍는 4각형 틀안에 감국은 모두 총안으로 본 것이고, 세로로 길게 터진 곳에 핀 꽃은 모두 타구를 통해 본 것이라 이해 주면 좋겠다
그런데, 다른 도성이나 북한산성과 달리 남한산성의 여장은 벽돌로 쌓았다는 것이 다르다. 지금 복원된 성이 다른 석성과 다른 것은 고증을 거쳐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상은 북한산성과 남한산성에 자주 다니면서 문화재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알 게 된 내용이다
이것이 타구를 통해 관찰한 산국이다 < 세로로 길게 공간이 터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