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의 쑥부쟁이
화예 전문가가 가꾼들 이보다 더 아름답게 꽃 피울 수 있을까?
국화 전시회에 출품해도 대상 감이다
남한 산성 신지옹성 부근 성벽 아래에서 만난 쑥부쟁이 꽃다발이다
엊그제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서 채 단풍 들지 않은 나무잎이나 들풀들이 시들어 말랐음에도,이 쑥부쟁이만은 손상없이 한창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그러나 어쩐지 아쉬움도 느낀다
이 꽃다발은 성 안쪽 산객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있지 않고, 아무도 다니지 않는 성 밖 베어진 참나무 고목 그루터기 옆에 피어 있어서...
사람들에게 사랑 받아 보지도 못하고 지금쯤은 아마 지고 있겠다
장경사 신지옹성에서 사진 찍다가 우연히 성벽 밖을 바라 보니, 한 아름도 넘어 보이는 이 쑥부쟁이 꽃다발이 멀리서도 보였다
지나쳐 버리기에는 너무 강열하게 나를 유혹했다...
그래서 나는 이 쑥부쟁이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젊은날의 몸매를 잃기전에 자신의 누드를 찍어 두고 싶었다는 어느 여배우처럼,이 쑥부쟁이는 나로 하여금 지금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주기를 소망했는지도 모르겠다<2010.10.27.남한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