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지어 온산을 수놓은 꽃도 아름답지만, 진달래는 한송이 두송이를 바라 보아도 참 예쁩니다
수줍은 촌색시같은 저 연하고 흐린 분홍색이 어쩐지 저는 좋습니다
한마디 말도 못 건네고 님을 보내는, 슬픈 산골처녀가 발돋음을 하며 산마루에 서서
점점 흐리게, 점점 작게...
산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님을 전송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찬란했던 봄도 가고 있고요 <2011.4.21. 부천 원미산에서>
하나 둘...세어보니 수술은 10개씩이고 암술은 하나입니다
1:10 이네, 수술 하나에는 또 얼마나 많은 꽃가루가 있다고....수억의 경쟁율을 거쳐야 한톨의 씨앗이 여물수 있겠구나,
꽃 한 송이에도 온 우주가 담겨있습니다
한 형제로 태어나 그렇게 외면하면 못 쓰지....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으나 본디 한 뿌리입니다
우리 아주 어린 아이적에, 어른들은 우리들에게 겁을 주었지요...
"진달래 핀 산에 가지 말거라~! 진달래 숲 속에 있는 문둥이가 잡아간단다..." 아마도 위험한 산에 가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었겠으나
지금도 막연한 두려움으로 기억되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목을 길게 빼고 누구를 그리 기다리시는지....?
4방향 스피커....예전 시골에서는 이렇게 4방향으로 스피커를 달고 이장님이 방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 서울댁 전화 받으세요~!" 마을에 전화가 한 대 밖에 없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왜 그 시절이 그리운지...
저요! 저요! 선생님에게 발표 기회를 달라고 조르는 어린이처럼....
"저도 좀 보아 주세요! 지금 저를 보지 않으면 1년을 기다려야 되거든요!" 꽃송이가 외칩니다
저는 외롭지 않습니다, 보세요 제 주위에는 수 천 수 만송이의 꽃들로 둘러 쌓여 있으니까요
ㅎㅎ...붉은 댕기를 달았군요, 꽃잎은 나비가 되어 날아간 뒤에 붉은 수술 한 줄기 남아서 마지막 임무를 다하고 있습니다
아~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그 추웠던 겨울을 견디어 내어서 그런지, 올 진달래는 더욱 곱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