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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답사

수종사 연등

by 에디* 2011. 5. 6.

운길산 수종사

대웅전 앞마당을 촘촘하게 가득 매단 대형 사찰의 연등과는 어딘지 다르다

그냥  연등 몇 줄이 응진전 앞에서 시작해서 대웅전 앞을 지나 해탈문 앞까지 길게 드리워져 있을 뿐이다, 그대신 산허리에서 부터 절간 까지 연등을 내 걸어 오시는 손님들을 맞이 해 준다    초파일이 10일도 안남았음에도  방문객은 몇 안되고, 내려다 보이는 양수리도 황사에 가려  수려한 풍경을 감추고 보여주지 않는다  <2011.5.2.수종사에서>

 

조선 세조 임금님의 행렬이 도착한 것은 해거름 때였다.  임금은 전국 명산대찰을 즐겨 찾았다. 치국의 이념이 유교의 가르침에 있었을지라도 임금은 큰 절을 찾아 경치를 즐기고 부처님께 예를 올리기를 마지 않았다.오대산을 다녀 오는 임금은 하루 묵어갈 행궁을 마련한 곳은 양수리...

 

보위에 오른 조카 단종에 계유정란을 일으켜 왕좌에 앉았고, 조카를 노산군으로 강등 시켜 유배 보냈다가 마침내 비명횡사를 시킨 지난날, 그 광풍같은 세월에 자신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선비와 무장의 수가 헤아릴 수 없었다, 대군시절, 부왕 세종의 명을 받들어 궁정안에 불당을 설치했고,佛書의 번역을 감장하기도 했던 임금이 아닌가. 거기에 음악에 대한 조예도 남달라 풍류의 기질을 갖추었으되 강직한 눈빛의 이채로운 조화를 지니고 있는 임금의 심사를 헤아리는 신하들은 즐겨 명산대찰을 소개했고 임금 역시 짬이 나는대로 단촐한 행렬을 갖추어 유람길에 오르곤 했다

 

임금의 행렬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으되 위엄이 당당했고 행궁 주위에서는 찬바람이 이는 듯했다.이곳에 임금이 머무는 가장 큰 이유는 한수(漢水)의 절경을 즐기고자 함이었다. 북한강의 2천리 장정과  남한강. 그 두 강의 호호탕탕한 위세가 한곳으로 모여드는 곳에 임금의 행렬이 하루밤을 쉬어가고자 했다. 푸른 버드나무 줄기가 바람부는대로 휘청대는 강변으로 붉은 노을이 비껴드는 시각. 임금은 여행의 피로도 모르고 강가 풍경을 조망하고 있었다.

 

풀벌레 애잔한 울음소리를 따라 밤이 깊어가고, 침상에 들었던 임금이 벌떡 일어났다. 귀에 청아한 종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참으로 좋은 종소리로다. 이 근처에 큰 절이 있음이야. 그런데 어찌하여 대신들은 절이 있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을꼬...."임금은 종소리가 강 건너 산 중허리에서 들려오고 있음을 알았고 그 청아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감상하며 잠이 들었다.
"이 근처에 큰 절이 있는 듯 한데, 어떤 절이 있더냐?"이른 아침 임금이 기침하여 물었으되 대답하는 신하는 없었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 근처에 절이 없다면 어제 밤에 들린 종소리는 어디에서 나온 것이냐."신하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전하, 이곳 인근에 종소리가 들릴만한 절은 없삽고 지난밤에 종소리는 들리지 않았나이다."
"내가 헛것을 들었을까. 그럴리가 없다. 이는 분명 부처님이 어떤 계시를 내리심이로다."여기에까지 생각이 다다른 임금은 바로 신하들에게 강 건너 산을 조사 하도록 했다. "분명 절이 있거나 절터라도 있을 것이다. 특별히 종이나 파편이 있으면 반드시 보고하라. 어떤 기이한 형상이 있으면 손대지 말고 그대로 두도록 하라."

 

한 나절만에 돌아 온 군사들과 대신들은 뜻밖의 소식을 가져왔다. 그 산은 운길산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고 산 정상 가까이에서 암굴을 발견했는데, 암굴 천정에서 물방울이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큰 절에서 듣는 아름다운 범종소리와 흡사하다는 보고였다.
"바로 그곳이다. 그 소리가 내 귀에만 들렸음이니, 내 그곳에 참배하지 않을 수 없다."

 

암굴에 도착한 임금은  신묘한 조화로 자신을 이곳까지 오게 한 그 위신력에 감복하며 경건하게 절을 올렸다.참배를 마치고 암굴 앞에 서서 산아래를 둘러본 임금은 다시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앞에 펼쳐진 정경이 가히 조선제일의 풍광이었다. 남한수와 북한수가 만나는 저 아래의 양수리는 조물주가 그려놓은 한폭의 커다란 그림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이곳에 절의 흔적이 있으니,아마 짐의 귀에 들린 종소리는 절을 다시 일으켜 세우라는 계시가 분명하니 팔도방백들은 속히 의논하여 이곳에 절을 지으라. 그리고 절 이름은 물방울 소리가 종소리로 울려 퍼진 뜻을 새겨 수종사(水鍾寺)라 함이 좋은듯 하다."
임금은 한나절을 암굴 앞에 서서 산세와 양수리의 풍광을 즐기다가 두그루의 은행나무를 심고 하산했다.  그 두그루의 은행나무는 5백년을 살아서 지금도 수종사를 지키고 있다

 

연등이 걸린 이 평평한 종루 앞마당이 실은 절간의 지붕 옥상에 해당한다여기서 두물머리 풍경을 감상하도록 마련 되었는데 이런 조망소가 2군데 있다

 

해탈문에서 응진전 앞까지 길게 걸린 연등이 역광을 받아 마치 등이라도 켠 듯 아름답게 빛난다

 

거대한 은행나무가 서 있는 곳에서 해탈문을 통해 바라 본 경내의 연등이 아름답지 않은가?

누구라도 저 문을 들어서서 연등 아래로 걸어 들어 가고 싶어 질 것 같다...

<수종사 전설은 사찰문화 연구원 수종사 중창설화에서 발췌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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