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에 걸려 온 전화 정일근
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우정만 남은 친구지,
깔깔 웃던 여자 친구가 꽃이 좋으니
한 번 다녀가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한때의 화끈거리던 낯붉힘도
말갛게 지워지고
첫사랑의
두근거리던 시간도 사라지고
그녀나 나나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헤아려보다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눈물 감추려고 괜히 바쁘다며
꽃은 질 때가 아름다우니
그때 가겠다. 말했지만
친구는 너 울지,
너 울지 하면서 놀리다
저도 울고 말았습니다.
< 사진 사월 2013.4.22. 서울 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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