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으로 2월12일이 제 어머니의 기일이어서 매년 고향을 방문하는 날입니다,
올해는 음력으로 시절이 조금 빠른 듯 하네요,어머님이 떠나시던 그 해 이 날은 산수유가 노랗게 피어 있었는데, 올 해는 아직이어서 그런 생각이 듭니다
매년 이날이면 어머니가 다니시던 옥천성당에 들렀다가 집에 들어가지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랬습니다
오늘도 버스에서 내려서 처는 먼저 들여보내고, 혼자 터벅터벅 걸어서 제가 다녔던 중학교도 기웃거려 보고, 성당에 올라갔다가 정지용시인의 동상이 굽어보는 언덕배기 공원을 걸어서 집으로 갔습니다
1시간도 더 걸었음에도 거리에서 아무도 아는 이를 만나지 못하는 고향...
제가 자라던 당시의 건축물도 대부분 새 건물로 바뀌었듯이 사람들도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로 채워진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도 이 성당만은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있어 주어서 참 고맙습니다 <2014.3.11.옥천>
지방 읍의 성당 재정이 넉넉할 리도 없겠지만,그래도 무어든 부수고 새로 건물을 올리는 세태임에도 50년 전에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게 참 다행입니다,
흔한 타일 한 장 붙이지 않고 씨멘트 벽에 연한 회색 페인트 칠로 마감한 이 수수한 성당이 저는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마침 새로 칠을 한 듯 더욱 산뜻하고 깔끔해 보입니다, 아치형의 가운데 출입구 안을 들여다 보니 긴 줄이 가슴 높이로 내려와 있네요,
지금도 그 줄을 당겨서 종탑의 종을 치나 봅니다,어린시절에 들었던 그 청량한 종소리, 다시 한 번 들어 보았으면....
아마도, 내년 음력으로 2월 11일이면 여기에 다시 또 오게 될 것입니다
언덕 위에서 굽어보고 있는 성모상은 어려서 부터 참 멋있다고 생각했지요
화요일 오후라서 그런지 성당에는 그야말로 쥐죽은 듯한 고요 뿐입니다
1880년경 파리외방 선교회 소속 로베르 신부에 의하여 천주교가 전래되어 1906.5.20.에 옥천본당이 설립되었습니다
현재의 본당은 1956년에 신축되었는데 씨멘트 벽돌을 사용한 1층 건물이 너무나 소박합니다
50년대 어렸을 적에 보았던 그대로 남아 있어서 참 고맙고,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서 지방 문화유산으로 희소가치와 더불어 한국전쟁 이후 종교건축 변화의 일면을 확인 할 수 있는 건축사적 의미를 가진 귀중한 자료라고 합니다
작년에는 성모상 너머로 멋진 구름과 함께 노을을 보았었는데,오늘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입니다
종탑 위로 낮달이 떠 있습니다, 작은 십자가 위에 새가 앉아 있는 줄 알았는데...절대 날아가지 않네요 ㅎ
장식물로 올려 놓은 것인지? 아니면 종교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물어 보아야겠습니다
50도도 넘을 듯한 가파른 시멘트 계단을 오르면, 이 십자가 예수상 앞에 서게 됩니다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하여 세상에 오신 예수님을 뵈오려면,그만한 고난 쯤은 견디고 올라오너라 하는 상징이 아닌지...?
멀찌감치 떨어져서 바라본 옥천성당의 모습입니다,너무나 소박하고 수수한 게 저는 더 마음이 끌립니다
더 멀리 공원에서 바라다 본 성당 주변...성당 앞의 빈터는 여중학교 운동장인데 50년 전 당시에는 저수지였습니다,상전벽해(
桑田碧海)란 말도 있지만,저수지가 변하여 학교 운동장이 된 것이지요, 가물치가 살던 저수지 옆에는 오래된 벚나무들이 서 있었으며 미술시간에는 거기서 성당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렸었습니다
이 십자가 상 앞에 서면...그저 부끄러운 죄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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